Inner View
인문학은 |
세상을 경험하고, |
김정옥 김희경유럽정신문화장학재단 이사장 독어독문학과 1969졸 |
기술이 빠르게 세상을 바꾸는 시대일수록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은 더욱 중요해진다. 김정옥 김희경유럽정신문화장학재단 이사장은 그 답을 인문학에서 찾았다. 어린 시절 우연히 접한 그림형제 동화집의 「백설공주」와 괴테의 「파우스트 Ⅰ부」 한글번역본은 한 소녀를 독일어와 독일 문학의 세계로 이끌었고, 이후 독일 유학을 통해 경험한 자유로운 학문 공동체와 성숙한 시민사회는 그에게 인문학이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를 성장시키는 힘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제24회 자랑스러운 이화인상 공공·사회리더십 부문 수상자인 김 이사장은 20여 년간 인문학 연구자와 학생들을 위한 장학 및 학술 지원 사업에 헌신해 왔다. 2025년까지 1,000여 명의 인문학도에게 160억 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원했고, 수많은 젊은 연구자들이 학문의 길을 이어갈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는 장학금이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가능성을 믿고 미래를 키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평생에 걸쳐 인문학의 가치를 실천해 온 김정옥 이사장을 만나 배움의 의미와 후학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이화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진정한 의미의 장학은 한 사람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등록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연수, 연구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장학은 한 사람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등록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연수, 연구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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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모친 김희경 초대 이사장과 함께 김희경유럽정신문화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을 통해 김 이사장은 인문학 박사과정 연구자 지원, 학부 및 대학원생 해외 연수 지원, 생활비 및 등록금 지원 등 후원 사업을 체계적으로 확대하며 국내 인문학 발전과 인재 양성에 기여해왔다.
인문학과 독일어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아주 우연한 계기였어요. 초등학교 시절 그림형제 동화집의 「백설공주」와 괴테의 「파우스트 Ⅰ부」 한글번역본을 읽었는데 어린 마음에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죠. 그때부터 독일이라는 나라와 독일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어요. 당시만 해도 독일어를 배울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스스로 책을 구해 공부하고 관련 자료를 찾아 읽었습니다. 이화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하고 독일 유학까지 이어지게 되었으니, 그 작은 호기심 하나가 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 셈이죠.
제가 유학 갔을 당시에는 한국과 유럽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독일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거의 알지 못했지요. 그곳에서 저는 학문뿐 아니라 사회와 문화를 배웠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민들의 삶 속에 인문학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점이었어요.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토론을 이어가고, 지역사회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철학과 문학,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병원 대기실에서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죠. 학문이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 속에 살아 있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인문학은 대학 안에만 존재하는 학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라는 것을요. 지식이 삶과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사회의 모습은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이후 제 삶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김희경유럽정신문화장학재단을 설립하게 된 배경에도 연결되어 있나요?
김희경 초대 이사장님께서도 교육과 장학사업에 대한 뜻이 크셨습니다. 2005년 재단을 설립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었습니다. 장학금은 학생들에게 일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장학은 한 사람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등록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연수, 연구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습니다.
저는 늘 장학생들에게 언젠가 도움을 받은 만큼 다시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이 되어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장학은 한 사람을 돕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람을 성장시키는 선순환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람을 키우는 일은 미래를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해외 연수 지원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저는 늘 학생들에게 세상을 직접 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어학연수의 진짜 의미는 언어 공부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현지 사람들을 만나고, 거리와 시장을 걸어보고, 박물관과 공연장을 찾으며 그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일도 중요하지만 세상은 책 밖에도 존재합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도 깊어집니다. 결국 인문학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학문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을 직접 경험해야 합니다.
저희 재단은 독회 지원사업과 유럽인문학 전문도서관 운영사업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경험한 학문 공동체 문화를 한국에서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학문은 혼자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 속에서 발전합니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며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 중요하죠. 그래서 연구자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독회 지원사업을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유럽 인문학 연구가 가능하도록 전문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연구 환경이 좋아질수록 더 좋은 연구자가 배출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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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팅엔대학교에서 2009년 김 이사장을 여성 최초이자 동양인 최초로 명예회원으로 추대했다. 독일 대학에서 명예회원(Ehrenmitglied)은 학교 발전과 학술·국제교류, 후원 활동 등에 특별한 공헌을 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매우 영예로운 칭호로 일반적인 감사패나 기념패보다 훨씬 높은 의미를 갖는 공식 대학 훈격에 가깝다.
수많은 장학생들을 지원하셨는데,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요?
장학생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는 일입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을 포기할 뻔했던 학생이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정말 기쁩니다. 사실 제가 한 일은 기회를 마련한 것뿐입니다. 그 기회를 통해 성장하고 다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학생들 스스로의 노력입니다. 그렇게 한 사람의 성장이 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사장님께 이화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화는 저를 성장시킨 모교이자 삶의 출발점입니다. 이화여중, 이화여고, 이화여대를 거치며 학문적 토대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화에서 배웠습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공간이기도 합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만 해도 여성들에게 허용된 기회가 지금처럼 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화는 늘 여성들에게 더 큰 세상을 꿈꾸라고 이야기하는 학교였습니다. 제가 학문의 길을 걷고, 해외 유학에 도전하고, 교육자와 연구자로 살아올 수 있었던 데에도 이화에서 배운 도전정신과 자립심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창립 140주년을 맞아 후배 이화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학생들이 조금 더 넓은 세상을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경험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합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나고,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신의 길을 찾고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중요한 것은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화는 오랜 역사 속에서 수많은 여성 지도자를 길러낸 학교입니다.
앞으로도 넓은 시야와 따뜻한 책임감을 가진 이화인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배움은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것을 넘어 사회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책 밖에도 존재합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도 깊어집니다. 결국 인문학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학문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을 직접 경험해야 합니다. |
큐레이터는 예술가와 소통하고,
동시에 일반 관람객의 시선도
맞춰야 하는 직업이에요.
공감 능력이 필수죠.
그런 부분에서 여성들이 굉장히 뛰어나요.
이화 출신들이 이 분야에 최적화되어 있으니
미술 현장에서 많이 일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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