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wha Research Power - 연구원 탐방
인류 최후의 비밀, 뇌를 탐험하다
뇌융합과학연구원 (Ewha Brain Institute)
원장 류인균 교수
공부 잘하는 사람의 뇌는 어떻게 다를까? 잠을 자고 나면 상쾌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반대로 수면 부족은 뇌 건강을 얼마나 위협할까?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는 뇌에 어떤 흔적을 남길까? 우리의 뇌는 탐구할수록 새로운 비밀이 드러나는 미지의 세계와도 같다. 그래서 흔히 인간의 뇌를 ‘현대 과학이 밝히고자 하는 인류 최후의 비밀’이라 부른다.
2013년 문을 연 이래 인간 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뇌질환 연구와 정밀 진단 치료 전략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이화여자대학교 뇌융합과학연구원(Ewha Brain Institute, 이하 EBI)의 류인균 원장을 만났다.
뇌융합과학연구원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인간의 뇌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뇌질환의 생물학적 기전을 규명하고, 이를 정밀 진단과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로 확장하는 첨단 뇌과학 융합 연구기관이다. EBI의 가장 큰 강점은 우수한 연구 인력과 연구 인프라다. 연구교수 이상 전임 연구인력 9명을 비롯해 뇌영상 분석 전문가, 석·박사과정 학생 연구자, 그리고 연구 행정 인력이 탄탄한 연구 체계를 이루고 있다. 또한 의사, 연구 전담 약사와 연구 간호사가 상주하여 임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임상 연구 설계부터 최첨단 뇌영상 데이터의 획득, 빅데이터 분석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연구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연구원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글로벌 기관과의 협력은 물론 이화 내 10개 이상의 연구팀과 융합 연구를 진행하는 다학제 융합 연구기관이다.
연구용 MRI 장비가 3대나 있다. 연구 시설 인프라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EBI의 연구 인프라는 인간 대상 뇌과학 연구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네 개의 클러스터로 구성돼 있다. 그 중심축은 ‘연구 전용 MRI 기반 초정밀 뇌영상 획득 인프라’다. 병원용 MRI가 질병 진단을 목적으로 한다면, EBI의 MRI 3대는 오롯이 인간 뇌의 구조와 기능, 대사 및 혈류를 다각도로 탐구하기 위한 전용 장비다. 국내에서 연구용 MRI 3대를 보유한 연구기관은 이화가 유일하다. 이를 바탕으로 설립 이후 축적해 온 고품질 데이터는 1만 건을 넘어선다. 특히 2024년 도입한 최신 MRI 시스템은 인공지능 영상 재구성 기술을 탑재해 해상도를 기존 대비 65%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뇌의 미세 구조와 혈류 상태를 더욱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이밖에도 정서·수면·스트레스·인지 기능 등을 측정하는 ‘통합 평가 인프라’, 경두개 자기자극(TMS)과 경두개 직류전기자극(tDCS), 고압산소치료(HBOT) 장비를 갖춘 ‘신경조절술 인프라’, 그리고 대규모 다중모달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팅 시스템 및 AI 모델링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시너지를 내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연구 성과도 엄청나다. 대표적인 연구 분야를 소개한다면?
EBI가 주목받는 이유는 현대인이 일상에서 겪는 정신건강 문제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크게 다섯 가지 축으로 뇌질환 극복에 나서고 있다. 첫째는 스트레스 및 트라우마(PTSD) 연구다. 재난 생존자나 소방관처럼 극심한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의 뇌 신경망 변화를 추적해 증상의 발생 및 회복에 관여하는 기전을 밝히고 있다. 최근에 PTSD 병태생리와 관련된 뇌의 핵심 영역과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제시한 연구를 세계적 학술지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흔히 겪는 만성 스트레스의 뇌과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최근에는 양육 스트레스가 양육자의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둘째는 수면-각성 조절 및 뇌 가소성 연구다. 교대 근무자의 수면 질 저하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부피 감소와 연관이 있음을 밝혀냈고, 최근에는 24시간 연속 뇌영상 촬영을 통해 수면-각성 주기에서 뇌 속 대사 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의 변화를 포착해 수면이 단순한 휴식이 아닌 뇌 대사 조절 과정임을 규명했다.
이 외에도 우울증과 양극성장애 등 기분장애 환자의 뇌 바이오마커 연구, 당뇨·비만 등 대사질환이 뇌 및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 청소년기 물질사용장애가 뇌에 남기는 장기적 취약성 등을 폭넓게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뇌융합과학연구원이 나아갈 미래 청사진을 소개한다면?
이제 뇌의학은 인공지능과 결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EBI는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와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별 신경생물학적 지표를 도출하는 ‘디지털 바이오마커’와 ‘디지털 치료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질환의 예방·진단·치료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사회 전반의 정신건강 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
또한 학생 연구원들이 차세대 뇌과학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국내외 장학금을 지원하고 해외 연구자들과의 교류 학회 참여 기회도 적극적으로 제공하며, EBI에서 성장한 학생 연구자들이 국내외에서 뇌과학자로 활약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Ewha Research Power - 연구 소개
이지영 교수팀,
음성 딥페이크 AI 차단 기술 개발
이명진·신은지 씨, 학부생으로는 이례적으로 ICASSP 논문 채택
TruS(Training-free Speaker Unlearning) 프레임워크 모식도
인공지능학과 이지영 교수 연구팀이 음성 합성 AI의 악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제안해 음성·신호처리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회인 IEEE ICASSP에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 제로샷 TTS(Text-to-Speech) 기술은 짧은 음성 샘플만으로도 특정 인물의 목소리를 정교하게 모사할 수 있어 접근성과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딥페이크 범죄나 개인정보 침해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TruS(Training-free Speaker Unlearning)’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TruS는 기존 방식과 달리 모델을 다시 학습시키지 않고, 음성 생성 ‘추론 단계(inference-time)’에서 특정 화자의 정체성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연구는 음성 합성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사용자 동의와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한 ‘책임 있는 AI(Responsible AI)’ 구현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음성 딥페이크 범죄 예방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실질적 안전장치를 제시함으로써 차세대 음성 AI 보안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학부생이 주도한 연구가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학회에 채택됐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논문명 | Erasing Your Voice Before It’s Heard: Training-Free Speaker Unlearning for Zero-Shot Text-to-Speech |
학회명 | IEEE ICASSP(International Conference on Acoustics, Speech and Signal Processing) |
고민희 교수 공동연구팀,
성평등 정책 지지의 사회적 조건 규명
성별 불평등 정보 제공의 영향력 차이 밝혀
한일 성인 7,000명 대상 설문 분석
성별 임금 격차 정보 제시 시 한국 및 일본의 성평등 정책 지지도 변화 차이
정치외교학과 고민희 교수 공동연구팀이 한국과 일본 성인 남녀 약 7,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성별 임금 격차에 대한 인식 교정이 정책 지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가 간 차이가 존재함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3,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성별 임금 격차에 관한 실제 데이터를 제시한 뒤 성평등 정책에 대한 태도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특히 여성 응답자를 중심으로 성평등 정책 지지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반면, 일본에서는 남녀 모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정보 제공의 경우 양국 모두에서 소득 재분배 정책 지지가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사회적·정치적 맥락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미투 운동과 디지털 성범죄 반대 시위, 대선 과정 등을 거치며 성평등 이슈가 활발히 공론화된 반면, 일본은 상대적으로 관련 논의와 정치적 동원이 제한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정확한 정보 제공만으로는 태도 변화가 보장되지 않으며, 그 효과가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민희 교수는 “정책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통계 제시를 넘어 사회적 관심과 맥락을 고려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논문명 | Correcting Misperceptions Across Contexts: The Political Impact of Gender Inequality Information in Japan and South Korea |
저널명 | Public Opinion Quarterly |
오양균 교수 공동연구팀,
몸에 부족한 영양소를 선택적으로 섭취하게 하는 장-뇌 축 원리 규명
비만·대사질환 치료의 새로운 전략 제시
필수 아미노산 결핍에 대한 장-뇌 축의 신경 및 호르몬 반응의 조절 메커니즘 개념도
생명과학과 오양균 교수팀이 기초과학연구원(IBS) 마이크로바이옴-체-뇌 생리학연구단, 서울대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장이 단백질 부족을 감지해 뇌 신경회로를 변화시키고, 필수 아미노산을 우선 선택하도록 행동을 조절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단백질이 부족할 때 장이 ‘빠른 신경 경로’와 ‘느린 호르몬 경로’를 동시에 가동해 영양 결핍에 대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장은 먼저 장-뇌 신경망을 통해 부족 신호를 뇌에 전달해 즉각적인 필수 아미노산 섭취를 유도한다. 동시에 장에서 분비된 CNMa 호르몬은 순환계를 통해 뇌에 도달해 단백질을 찾는 행동을 지속시킨다.
또한 연구팀은 CNMa가 단순히 단백질 섭취를 촉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탄수화물 섭취를 억제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뇌 속 특정 뉴런의 활성을 억제해 동물이 부족한 필수 아미노산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초파리뿐 아니라 생쥐 실험을 통해 이러한 장-뇌 축(gut-brain axis) 메커니즘이 포유류에서도 작동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식욕 조절 약물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비만·대사질환·섭식 장애 치료를 위한 차세대 치료 전략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명 | Complex interplay of neuronal and hormonal gut-brain responses to essential amino acid deficit |
저널명 | Science |
이상륜 교수팀,
항공, 자동차, 로봇 산업 이끌 초경량 격자 구조 설계 성공
AI 기반 설계로 강성·강도 2배 높여
인공지능 기반 코어-쉘 격자구조 형상 최적 설계 연구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 이상륜 교수 연구팀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기존보다 강성과 강도를 2배 이상 향상시킨 초경량 격자 구조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 학부생 서유정 씨가 제1저자로 참여해, 최상위 저널에 출판되며 학내외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미래 항공·자동차·로봇 산업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는 격자-트러스 메타물질에 주목했다. 특히 내부 코어와 외부 쉘을 다르게 설계하는 코어–쉘 구조는 우수한 기계적 성능을 구현할 잠재력이 크지만, 빔 형상과 소재 배치를 통합적으로 최적화한 연구는 부족했다.
이에 연구팀은 고차원 베지어(Bézier) 곡선을 활용한 새로운 형상 설계 방식에 딥러닝과 유전알고리즘을 결합한 AI 최적화 프레임워크를 적용했다. 그 결과 동일한 재료량으로도 기존 설계 대비 강성은 약 134%, 강도는 378% 향상된 최적 격자 구조를 도출했으며, 에너지 흡수 능력 역시 크게 높였다. 또한 고해상도 PolyJet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시편의 압축 실험을 통해 성능 향상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이번 연구는 설계부터 시뮬레이션, 제작, 실험 검증까지 아우르는 통합 AI 설계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초경량 구조물, 충격 흡수 장치, 의료용 보형물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명 | AI-guided design optimization of core–shell BCC lattices to achieve ultrahigh stiffness via multi-material 3D printing |
저널명 | Thin-Walled Structur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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