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도티 모두가 ‘인간중심 AI’를 외치고 있지만, 그 ‘인간’이 무엇인지 진지한 논의 없이는 공허한 슬로건일 뿐입니다. 포스트휴먼 논의는 그 공허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인간중심’이라 말하려면, 그 ‘인간’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더 이상 보편적 인격이 아니라, 차이를 가진 다수의 존재들이죠.
한강의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아름다운 문장을 찾았습니다. “생명은 살고자 한다. 생명은 따뜻하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을 다시 사유하는 것이 포스트휴먼 시대 인문학의 과제입니다. 인문학은 AI의 발견을 ‘적용’하는 주변장이 아니라, 새로운 언어와 상상력을 제공하는 본론입니다. ‘이미 다 끝났다’는 냉소는 거짓입니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조차 모른 채 매 순간 만들어지고 있어요. 구글랩이 우리 학과에 와서 애걸합니다. “단어를, 이미지를, 아이디어를, 소리를 주세요.” 어쩔 수 없었겠지만, 제 출판사도 제 책을 넘겼습니다. 우리는 우리 지식에 가치를 부여하고, 상상력을 훈련해 포스트휴먼의 미래를 꿈꿔야 합니다. 우리는 상상의 엔지니어입니다. 우리는 함께이지만, 동일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를 돌보며, 행성적 차원의 협력을 필요로 합니다. 포스트휴먼이 되기는 ‘세계를 사랑하기 위해 세계가 되어가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