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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 마커가 모여 누군가의 생명과 안전,
안심을 이어주는 소중한 연결선이 되다

사범대학 사회과교육과 지리교육전공 24학번 김예원, 김하진, 노채은, 신유빈, 안도경, 이소원, 이연재, 허지현

산불 피해에 작은 힘이 되고자
산불 대피소 안내 지도 제작

2025년 봄, 대한민국을 강타한 역대 최악의 산불 사태에서도 한 줄기 위로가 되었던 것은 학생들의 전공 지식과 따뜻한 마음이었다.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산불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경북 안동, 영양, 청송 등지로 확산되었고, 산림청 통계 이래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남겼다. 

이러한 참담한 상황 속, 사회과교육과 지리교육전공 24학번 8명의 학생들이 만든 ‘산불 대피소 안내 지도’는 재난 상황에서 주민들의 신속한 대피에 큰 도움을 주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허지현 씨는 3월 26일 저녁, 산불 관련 뉴스를 보던 중 자막 하단을 스치듯 지나가는 대피소 정보를 목격했다. 대피소 목록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 받아적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뉴스를 보면서 문득, 저곳에 우리 부모님이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니 더 이상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뉴스와 재난문자, 지자체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지만, 정보는 흩어져 있고 일부 다른 정보들과 혼재해 있었다. 대피소 정보를 한곳에 모아 지도에 표시하고, 관할지역과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

처음엔 혼자서 구글맵에 대피소 마커를 찍기 시작했지만, 대피소 수가 예상보다 많았고, 각 지역별로 구분해 정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그는 전공 단체 대화방에 도움을 요청했고, 30분 만에 7명의 동기들이 손을 들었다. 그렇게 지리교육전공 24학번 8명, ‘산불 대피소 안내 지도’ 팀이 결성되었다. 학생들은 예상치 못한 반응과 관심 속에서 데이터팀, 사이트팀, 언론대응팀으로 역할을 나눴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국민안전재난포털에 접속해 새로운 대피소 정보를 반영했고, 지도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웹사이트까지 제작했다. 

이번 작업이 가능했던 데에는 지리교육전공의 커리큘럼이 큰 역할을 했다. 팀원 대부분은 ‘공간정보시각화’ 과목을 수강한 경험이 있었다. 이 수업에서는 Google Maps, ArcGIS, Google Earth 등의 공간정보 도구를 다루며, 지도에 가치를 담는 시각화 작업을 배운다. 단순히 지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고 사회 문제에 개입하는 방법을 배우는 셈이다. 특히 공간정보 전문가 양성을 위해 지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융합한 ‘공간정보융합트랙’을 이수 중인 학생들은 지도 디자인, 좌표 전환, 마커 최적화 등의 작업에서 큰 역할을 했다. 

“뉴스나 재난문자로도 정보는 전달되는데 우리 지도가 과연 도움이 되는 걸까, 과대평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도 있었어요.”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 지도의 역할은 명확해졌다. 한 기사에서 ‘어르신들은 재난문자만으로는 대피소를 찾기 어렵다’는 언급이 나왔고, 일부 주민은 두 개 이상의 행정구역 정보를 동시에 받으며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 지도가 누군가에게는 가족의 위치를 확인하고 안심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지도 제작 과정에서 받은 다양한 피드백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다. 디자인을 담당한 학생은 ‘글씨를 키워달라’는 피드백을 받고 어르신들이 작은 글씨를 보기 힘들다는 것을 간과했음을 알게 됐다. 외국인 주민 비율이 높은 경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영어로 된 정보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영어교육과 학생은 직접 번역을 자원했다. 특수교육과 학생은 시각장애인용 대체 텍스트에 대해 알려주기도 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모든 사람들의 접근성을 위해서는 약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함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본교 교수들뿐 아니라 일선 중고교의 교사들도 지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앞으로 훌륭한 수업 자료로 쓰일 것 같다는 피드백을 전달해 주었다. 또한 GIS를 다루는 수업이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예상하지 못했던 긍정적인 변화를 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산불 대피소 안내 지도(https://sites.google.com/ewha.ac.kr/sanbuldaepiso)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제공한 재난문자를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구글지도가 활용됐다.

지리학은 지도를 넘어 사람을 연결하는 학문이다. 이번 경험은 학생들이 지리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지리학은 사회의 모든 이슈와 연결되어 있어요. 모든 일은 장소를 기반으로 발생하니까요. 저는 기후 환경 문제와 지리의 관계에 대해서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저의 지리학적 지식을 통해서 사람들의 실천을 유도하는 게 꿈입니다.” 복합문화공간이나 문화시설의 공간 정보를 시각화해서 이용의 편리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등 사람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거나, 산불로 소실된 문화재 정보를 기록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팀원도 있었다.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이화여대라는 특별한 공동체가 있었다. “처음 지도를 학교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이화 벗들을 통해 SNS로 정말 빠르게 확산됐고,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됐어요.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던 건 이화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허지현 씨는 처음에 단톡방에 도움을 요청할 때 ‘너무 많은 벗들이 도와준다고 하면 어떻게 할지’를 걱정할 만큼 동기들의 참여를 확신했다고 한다. 그동안 보아온 이화의 벗들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이타적인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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