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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으로 이어진
세 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강덕희 내과학 교수(의학 88졸), 피상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학 84졸), 오혜숙 산부인과 의사(의학 78졸)

진심 어린 나눔이
세상을 바꾸는 기적이 된다

72학번부터 82학번까지, 10년의 시차를 두고 이화를 거쳐간 세 명의 의사가 한자리에서 나눈 이야기 속에는 시간을 초월한 공통분모가 있다. 이화에서 체득한 나눔의 정신은 마치 DNA처럼 그들 안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서로 다른 세대, 다른 전공 분야에서 활동하는 세 명의 의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오혜숙 산부인과 의사(의학 78졸), 피상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학 84졸), 강덕희 내과학 교수(의학 88졸)이자 현 의과대학장이 그 주인공이다. 각자의 삶에서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이화’와 ‘나눔’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가 이들을 단단히 연결하고 있다. 의과대학 발전과 연구를 위해, 장학금으로 또 건축기금으로 꾸준히 기부해 온 세 사람의 후원 금액이 합산 15억 원에 달한다. 아끼는 선후배 간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나눔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본다.

감사에서 시작된 나눔의 여정 

기부를 실천하게 된 계기를 묻자, 세 사람의 답변에는 서로 통하는 지점이 있었다. 바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체득한 나눔의 경험이었다. 오혜숙 동창은 학생 시절 받은 장학금의 고마움이 기부의 출발점이었다고 회상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는데, 오빠와 동생 세 명이 한꺼번에 대학을 다녀서 부모님께 무척 죄송했어요. 그때 이화에서 받은 장학금이 큰 힘이 되었고, 그 고마움을 항상 마음에 간직해왔죠. 언젠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피상순 동창의 나눔 철학은 더욱 일찍부터 형성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나눔을 자연스럽게 배웠어요. 부모님께서 항상 나누는 삶을 사셨거든요.” 그는 친구들에게 선물을 모두 나누어주고 빈 가방을 들고 집에 왔을 때의 기억을 생생히 떠올렸다. “텅 빈 가방이 주는 이상한 충만함을 느꼈어요. 그때부터 나눔이 주는 기쁨에 매료되었던 것 같습니다.” 강덕희 교수 역시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구세군 자선냄비를 지날 때면 제 손에 지폐를 들려주시며 냄비에 넣고 오라고 하시던 아버지를 기억해요. 평소 절약을 강조하시던 어머니가 처음 보는 분들에게 돈을 드리는 모습이 처음엔 뭔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느낌이었지만, 추운 겨울날 작은 나눔을 통해 제 마음이 따뜻해지던 경험이 나눔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기독교적 신앙을 바탕으로 한 나눔의 의미 

세 사람의 나눔 철학에는 깊은 신앙적 바탕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혜숙 동창은 “기부는 많은 금액을 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성경에서 과부의 두 렙돈을 예수님이 귀하게 보셨던 것처럼, 적게 가졌어도 정성껏 내는 마음이 중요하죠”라며 나눔의 진정한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나의 생명, 시간, 물질과 재능, 모든 것이 다 주님의 것이고, 재물도 잠시 맡겨진 것이기에 올바르게 써야 한다”는 청지기 의식을 드러냈다. 피상순 동창은 여고 시절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자신의 나눔 철학의 기반이 되었다고 했다. “각자에게 주어진 달란트는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하나님께서 위탁하신 능력의 근거라는 말씀이 제 평생의 지침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여전히 가슴 속에 간직되어 있다. “ ‘본래 내 것이라는 것은 없고 잠시 내게 맡겨진 것을 나누는 것이다. 타인과 함께 나누어 가질 때 이웃이 될 수 있고 인간적인 관계가 이루어진다.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인 것 같지만 관계를 통해 비로소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강덕희 교수는 기부를 “가능성의 씨앗을 심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는 절실한 기부도 있겠지만, 더 나은 미래를 믿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희망을 나누는 일이 기부라고 생각해요. 나의 작은 나눔이 누군가의 내일을 바꿀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입니다.” 

피상순 동창은 이번에 의과대학 연구기금에 기부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결국 의과대학과 의료원, 이화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에서 배운 삶의 가치 

세 사람은 이화에서의 학창시절 추억을 꺼내 놓았다. 오혜숙 동창은 의과대학 총학생회 봉사부장으로 활동했던 시절을 가장 선명하게 기억했다. “매 방학마다 보름씩 두메산골로 농촌봉사활동을 다녔는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어요. ‘마을 사람들에게 신세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식량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자비로 다녔죠.” 화장실 개량 운동부터 시골 아이들 장학금 전달까지, 바쁜 학업 중에도 이런 봉사활동을 통해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 경험을 통해 이 세상 어디에 가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어요.” 피상순 동창에게 이화는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은 곳이었다. 특히 대학교회 김흥호 선생님과 지도교수였던 박민철 선생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김흥호 선생님께서는 나눔이란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갖는 것이라고 정의해주셨는데, 그 말씀이 제 평생의 지침이 되었습니다. 박민철 선생님은 학문적 지식뿐 아니라 의사로서의 마음가짐과 환자를 대하는 태도까지 가르쳐주셨어요.” 강덕희 교수는 “이화에서의 시간은 공부만이 아닌, 삶의 태도와 가치를 배우는 여정이었다”고 표현했다. 의료봉사와 농활의 기억, 칠흑 같은 시골길을 달빛에 의지해 걸어오던 추억들이 지금도 선명하다. 특히 예과 시절 장마철 폭우로 학교가 피해를 입었을 때 친구들과 함께 강의실에 모여 소리 내어 기도했던 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오혜숙 동창은 “기부는 많은 금액을 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성경에서 과부의 두 렙돈을 예수님이 귀하게 보셨던 것처럼, 적게 가졌어도 정성껏 내는 마음이 중요하죠”라며 나눔의 진정한 가치를 강조했다.

함께하는 나눔의 힘

개인적 기부에서 시작해 동창회 차원의 집단적 나눔으로 확산시켜온 과정에서 이들은 더 큰 보람을 느꼈다. 오혜숙 동창은 의대 17대 동창회 총무를 맡아 ‘백분의 일의 나눔 장학금’을 시작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각 동창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기부를 독려했는데, 기부 문화가 확산되는 것을 보니 정말 뿌듯했어요.” 개인적으로 후원했던 학생이 레지던트가 되어 감사 인사를 전해올 때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올해 3월 의대 동창회장으로 취임한 피상순 동창은 “선배님들의 뜻을 더욱 잘 이어가기 위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의과대학 연구기금에 기부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결국 의과대학과 의료원, 이화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월에 의과대학장에 취임한 강덕희 교수는 “나눔과 섬김의 정신으로 저를 길러준 이화에서 학교를 위해 헌신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동창회와 대학이 서로 힘을 합해 기금 모금의 불꽃을 타오르게 하고, 우리 의과대학의 연구 활성화와 발전의 초석이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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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세 사람이 후배들에게 전한 메시지에는 각자의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혜숙 동창은 “의사는 무엇보다 실력이 중요하니 우선 실력을 쌓되, 나만을 위해 살지 말고 이웃을 돌아보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며 전문성과 이타성의 조화를 강조했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꿈을 크게 가지고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카르페디엠’이라는 말처럼 현재를 꽉 붙들고 최선을 다해 순간순간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당부했다. 피상순 동창은 ‘나눔의 선순환’을 경험해보라고 권했다. “우리가 받은 사랑과 도움을 다시 돌려주는 과정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될 것”이라며,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가 무엇인지 찾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덕희 교수는 이화의 역사적 배경을 언급하며 메시지를 전했다. “이화의 시작을 가능하게 했던 루신다 볼드윈 여사의 88달러 기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기부는 때로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일이지만 그 영향력은 수십 년, 수백 년을 이어갑니다. 한 사람의 결심이 얼마나 멀리 닿을 수 있는가를 깊이 느끼게 되죠. 우리의 진심 어린 나눔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함께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강덕희 교수는 이화의 역사적 배경을 언급하며 메시지를 전했다. “기부는 때로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일이지만 그 영향력은 수십 년, 수백 년을 이어갑니다. 한 사람의 결심이 얼마나 멀리 닿을 수 있는가를 깊이 느끼게 되죠.”

72학번부터 82학번까지, 10년의 시차를 두고 이화를 거쳐간 세 명의 의사가 한자리에서 나눈 이야기 속에는 시간을 초월한 공통분모가 있다. 이화에서 체득한 나눔의 정신은 마치 DNA처럼 그들 안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나눔은 이들의 삶을 관통하는 가치였고, 한 사람에게서 시작된 작은 선의가 어떻게 세대를 거쳐 무한히 확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였다. 140여 년 전 미국 라베나의 작은 회의실에서 루신다 볼드윈(Lucinda B. Baldwin)이 내놓은 88달러가 메리 스크랜튼의 조선 입국으로 이어져 이화학당과 보구녀관의 탄생으로 결실을 맺었듯이, 이들의 나눔 역시 누군가의 미래를 바꾸는 새로운 기적의 이야기를 써내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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