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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투자, 수익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금융의 상식

남보현 에이치지이니셔티브 대표(언론홍보영상학부 03졸)

사람과 지구 환경, 그리고 공동체로 수렴되는 투자의 패러다임

자본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까. 수익 추구를 넘어 진정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한 ‘임팩트 투자’는 재무적 수익과 사회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며 자본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에이치지이니셔티브(이하 HGI) 남보현 대표는 임팩트 투자 패러다임을 개척해 온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오로지 수익만 바라보던 자본 시장도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는 인식의 작은 틈 하나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단단한 신념 위에서 탐색해 온 ‘수익과 가치가 공존하는 새로운 길’은 점점 더 많은 이들에게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속가능성의 본질은 우리 세대가 누리고 있는 자원과 기회를 다음 세대도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에 있죠. 따라서 저희의 투자 대상은 필연적으로 ‘사람’, 그들이 살아가는 ‘지구 환경’, 그리고 상호 연대하며 공존하는 ‘커뮤니티’의 세 영역으로 수렴됩니다.”

글로벌 임팩트 투자 업력에 비해 역사가 짧은 국내에서 임팩트 투자의 개념을 설명하는 일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기부성 자산운용 정도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임팩트 투자는 비즈니스 모델이 사회적 가치 창출과 긴밀하게 연동되어 설계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시장의 힘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도, 동시에 명확한 재무적 수익 실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자선 활동과는 다르다.

‘삶의 필수적인 요소들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투자

HGI가 지향하는 바는 바로 이러한 지속가능한 투자 생태계의 구축이다. 지속가능한 투자의 조건은 명확하다. 건강한 성장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면서도, 동시에 사회와 환경, 그리고 사람들에게 긍정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남보현 대표는 ‘삶의 필수적인 요소들의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 투자를 설계해 왔다. “삶의 필수적인 요소들이란 먹고, 자고, 배우고, 돌보는 것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지만 실제로는 지속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 생존과 번영의 기본 토대들입니다. 지속가능성의 본질은 우리 세대가 누리고 있는 이러한 자원과 기회를 다음 세대도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에 있죠. 따라서 저희의 투자 대상은 필연적으로 ‘사람’, 그들이 살아가는 ‘지구 환경’, 그리고 상호 연대하며 공존하는 ‘커뮤니티’의 세 영역으로 수렴됩니다.” 기업이 성장했을 때 사회에 부정적 외부효과를 야기할 수 있는 영역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는 글로벌 임팩트 투자 업계에서 이미 체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투자 방법론으로, ‘네거티브 스크리닝’이라고 한다. “기업과 관련한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성장하며 상생할 수 있는 건전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닌 기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에서 가장 까다로운 과제 중 하나는 ‘측정 가능한 임팩트’다. 재무적 성과는 명확한 숫자로 평가할 수 있지만, 사회적 영향력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측정 기준은 다양하다. 유엔개발계획이 채택한 IMP(Impact Management Project)를 비롯해 SROI(Social Return on Investment), VBA(Value Balancing Alliance) 등의 국제 표준과 기술보증기금의 ‘소셜벤처 판별기준’ 같은 국내 기준까지 여러 규범이 존재한다. 하지만 임팩트 측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우리는 ‘임팩트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측정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측정의 목적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본질적이죠.” 남 대표는 격년마다 임팩트 리포트를 발간하여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체계적으로 자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국내 상황의 특수성도 언급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임팩트를 입증하거나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주체가 많지 않습니다. 의지가 있다 해도 임팩트 측정과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할 의향이 있는 곳은 더욱 제한적이죠.”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LP(Limited Partner, 출자자)보다는 투자자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주도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 길을 가는 것은 사명감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남보현 대표는 사회 문제 해결에 인생을 건 기업가들을 만나게 되면서 “사랑에 빠져버렸다”고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돈을 벌고자 하는 스타트업을 만나면 에너지를 얻어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정과 낭만, 희망이 있는 분들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HGI에서 만나고 투자하는 기업들은 여기에 ‘선의’까지 더해진 곳이에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분들이 발산하는 에너지는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결국 존경심을 갖게 되는 일이에요.”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온라인 보육 플랫폼 ‘째깍악어’나 인공지능 기술을 헬스케어에 접목해 심장질환 치료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메디픽셀’ 등은 남 대표가 직접 발굴하여 투자를 결정한 기업들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투자 사례로는 요양보호 서비스 ‘케어링’을 언급했다. “처음에는 시장의 수익성에 주목하여 사업을 시작하신 대표님이 요양보호사와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면서 점차 이 사업이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닌 삶의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체감하게 된 거죠. 숫자 중심의 접근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이해관계자들의 복리에 집중하게 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We don’t imagine a better world. We make a better world.” 홈페이지 첫 화면에 보여지는 이 문구는 임팩트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HGI의 의지를 보여준다. HGI는 지난해 10년간 만들어온 발자취와 성과, 다가올 10년간 나아갈 투자 방향과 전략을 담은 HGI 임팩트 리포트를 발간했다.

규모가 있는 사회 문제에서 시장의 기회 발굴 

현재 HGI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는 급격한 인구 구조의 변화다. 저출산,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1인 가구 급증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 등 구조적 변화가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저희는 투자회사이고 기본적으로 일반 투자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사회 문제 자체에만 골몰할 수는 없어요. 결국 ‘규모가 있는 사회 문제’에 투자의 기회, 시장의 기회가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구 구조의 변화와 함께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 그리고 AI, 로보틱스 등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관련된 문제와 시장 기회의 영역까지 총 세 축을 집중해서 보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고, 그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면서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먼저 생각하고 일하는 습관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형성된 소중한 자산이다. 남보현 대표의 현재를 형성한 결정적 경험 중 하나는 첫 직장인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의 시간이었다. 신입사원 시절 당시 대다수의 국민들이 사용했던 ‘싸이월드’의 운영과 기획을 담당했다. 숫자와 통계를 보면서 최적의 서비스를 만들어 내야 하는 플랫폼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업무 피드백은 클릭 수나 광고비와 관련된 것일 터였다. 그러나 당시에 가장 먼저 접했던 피드백은 ‘이 기능을 바꿨을 때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충분히 생각해 봤느냐’는 질문이었다. 숫자 이면에 우리가 충분히 고민하고 변화를 예측해야 하는 부분이 ‘사람 간의 관계’라는 것을 집요하게 트레이닝 받았던 시기였다. 

세 자매가 모두 이화인인 그에게 모교는 어떤 의미일까? “제가 학교에 다닐 때 큰언니는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고, 둘째 언니는 세 학번 위의 학부생이었어요. 캠퍼스 어딘가에 늘 언니들이 있었기에, 마치 가정의 연장선처럼 안정감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화가 길러준 것은 이러한 안정감보다는 ‘독립성’과 ‘회복력’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회상한다. “이화에서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독립적인 삶을 배웠어요. 그렇게 성장한 것은 나 자신뿐 아니라 스스로 삶의 길과 자신만의 방법들을 만들어 가는 동기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이렇게까지 열심히, 또 이렇게까지 정직하게 무언가의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과 대학 시절을 보냈다는 것이 사회에 나와서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이겨나갈 수 있는 회복력과 끝까지 견딜 수 있는 맷집으로 길러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에 대해 물었다. “가치라는 용어가 거창해 보이지만, 저는 오히려 ‘베이직’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으면서 모두가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 나만 집요한 탐욕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다음 세대도 평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제가 하는 일 속에서 실천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크리스천으로서 또 아이의 어머니로서 부끄럽지 않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시간들을 의미 있게 채워가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삶의 본질적 요소들을 수호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일. 그 일을 통해 진정한 소명을 발견한 한 이화인의 여정이 더욱 응원받길 바란다.

 “가치라는 용어가 거창해 보이지만, 저는 오히려 ‘베이직’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으면서 모두가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 나만 집요한 탐욕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다음 세대도 평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제가 하는 일 속에서 실천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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