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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

김인희 굿네이버스 미래재단 이사장(영문 80졸)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주체

2024년 12월 23일,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의 전환이 단 7년 만에 이뤄진 것은 전 세계 유례없는 속도다.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미래를 내다본 이들은 이미 새로운 행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인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보다는 ‘나눔을 실천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주체’로 인식할 수는 없을까? 굿네이버스 미래재단은 바로 이런 고민에서 출발해 2020년 문을 열었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아동을 위한 굿네이버스와 시니어를 위한 굿네이버스 미래재단은 교육으로 연결된다. 교장이나 교감으로 은퇴한 시니어 교육전문위원들이 시니어 봉사단과 함께 아동 교육 봉사를 펼치는 구조다. 재능과 경험의 나눔이야말로 시니어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 핵심 열쇠다.

2000년 고령화사회, 2017년 고령사회에 이어 2024년 초고령사회까지. 우리나라의 급격한 변화를 몸소 겪어온 굿네이버스 회원들도 함께 시니어가 되어갔다. 전체 70여 만 명의 회원 중 14%에 달하는 60세 이상 시니어 회원들의 다양한 욕구를 마주하며, 이들의 미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특히 은퇴 후에도 활동할 수 있는 장이 가장 필요합니다. 이분들이 아동을 위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할 토대가 굿네이버스에는 이미 마련되어 있어요.” 아동을 위한 굿네이버스와 시니어를 위한 굿네이버스 미래재단은 교육으로 연결된다. 교장이나 교감으로 은퇴한 시니어 교육전문위원들이 시니어 봉사단과 함께 아동 교육 봉사를 펼치는 구조다. 재능과 경험의 나눔이야말로 시니어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 핵심 열쇠다. 


“시니어들이 모여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어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내 집에서 나이들기)’를 구현하는 꿈도 함께 그려가고 있습니다.” 경제적 여건이 되는 부유층이나 국가 지원을 받는 취약계층과 달리, 평범한 중산층을 위한 복지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이들을 위한 NGO 최초의 시니어 타운이 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에 조성될 예정이다.

이화인들이 모여 시작된 굿네이버스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NGO로 전 세계 47개국 212개 사업장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어린이와 소외된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해온 굿네이버스. 이 거대한 조직의 시작에는 김인희 이사장을 포함한 6명의 이화인이 있었다. 창립 멤버들은 대부분 월드비전에서 선후배로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6.25 전쟁 이후 대부분 미국에서 원조를 받았던 국제 NGO로 영문 번역이 필수였던 특성상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및 영어교육과 출신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1970년대 경제 성장에 이어 19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눈부신 발전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해외 원조가 크게 줄어들었다. 당시 외국에서 원조를 받던 기관들도 국내 후원자 모집 등 자립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이때 이들은 한국에서 새로운 NGO를 설립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이웃 간의 정이 많은 한국인들의 동참을 유도해 국내는 물론 해외의 가난한 이웃들을 돕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1991년 한국이웃사랑회(영문명 굿네이버스)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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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순간들 

오랜 시간 함께한 만큼 잊지 못할 순간들이 있다. 1996년 창립 5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NGO가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UN 경제사회이사회(ECOSOC)로부터 포괄적 협의지위(General Consultative Status)를 획득한 것이다. 한국 NGO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역사적 사건이었다. “UN의 까다로운 가이드라인에 따라 서류를 작성해야 했어요. 창립 멤버들이 먼저 한국어로 꼼꼼하게 작성한 다음, 분담해서 영문으로 번역했죠. 우리 동창들이 영어영문학과 출신이었기에 해낼 수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김 이사장은 매년 9월 뉴욕 UN 본부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게 됐다. 그리고 2001년 9월 11일, 역사적 비극의 현장에 있었다. “UN 본부 로비에서 TV를 통해 비극적인 상황을 보던 중, UN 본부도 테러 타깃 중 하나라며 모두 건물 밖으로 나가라는 비상 방송이 나왔어요.” 이미 모든 차량 운행이 중단된 상황에서 숙소인 뉴저지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허드슨강 부두에서 배를 타는 것뿐이었다. “배를 탔을 때 이제 살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작에 불과했죠.” 배에서 내린 승객들은 탄저균 감염 가능성 때문에 옷을 입은 채로 샤워 부스를 통과한 이후 소방 호스로 거센 물줄기를 다시 한번 맞아야 했다. 물에 젖은 테러 피난민이 된 채 느꼈던 공포와 슬픔은 아직도 생생하다.

빈곤의 현장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아이가 태어난다. 사랑이 있기에 따뜻한 마음이 피어나고, 없는 가운데서도 나눌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구호 현장에서도 후원자를 발굴하고, 작은 노동력일지라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굿네이버스의 정신이다.

영광의 순간도 있었다. 2007년 UN 새천년개발목표(MDGs) 어워드를 수상했을 때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로 정해진 UN MDGs를 실행하는 중간 시점에서 제2목표인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당시 내부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있었고, MDGs 어워드 지원을 위한 기안이 반려되기도 했었다.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기회를 포착하고 직원들과 밤을 새워 준비했다. “그때 제가 지원서에서 강조했던 것이 한국의 교육열이었어요. 한국인들의 교육열을 가지고 해외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굿네이버스처럼 이 일을 잘해낼 수 있는 기관이 없다고 어필했죠.” 관심과 기대의 부재 속에서도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얻은 값진 성과였다. “처음에는 무모한 도전 같았지만, 무한한 도전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 일이었습니다.”

  

굿네이버스 미래재단은 시니어들이 모여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어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내 집에서 나이들기)’를 구현하는 꿈을 모색하고 있다. 평범한 중산층 시니어를 위한 NGO 최초의 시니어 타운이 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에 조성될 예정이다.

‘어기이잘’의 리더십과 철학 

굿네이버스 부회장 9년, 굿네이버스 미래재단 이사장 5년째 리더십 자리에서 김 이사장이 강조하는 것은 ‘어기이잘’이다. ‘어차피 할 일이라면 기쁘게 하고, 이왕 하는 일이라면 잘 하자’는 뜻이다. 솔선수범, 역지사지, 목적의식. 이러한 네 글자 원칙들도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자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가치들이다. 오랜 시간 전 세계 빈곤과 굶주림의 현장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무리 가진 것이 없는 것 같아도 그들에게도 무언가 하나는 내어놓을 수 있는 게 있다”는 사실이었다. 빈곤의 현장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아이가 태어난다. 사랑이 있기에 따뜻한 마음이 피어나고, 없는 가운데서도 나눌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굿네이버스가 일하는 세계 곳곳의 빈곤 지역에서 그곳 주민들이 도움을 받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문제 해결에 참여하며 비록 적은 것이라도 나눔으로써 지속적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굿네이버스 이웃 사랑의 정신이다.

“저는 대학에 와서 교회에 다니게 되었어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학교이기 때문에, 기독교가 강조하는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과 실천하는 노력으로 자신이 존재하는 그곳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긍정적 변화를 꿈꾼다. 제2의 은퇴 이후에는 마음의 어려움으로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 위해 상담 공부를 하기도 했다. 평생 학습을 넘어 평생 현역을 꿈꾸는 것이다. 이화의 후배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따뜻한 조언을 전했다. “대학생의 특권은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것, 실패하고 또 실패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도전과 실패의 경험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다 쌓입니다. 언젠가 자신이 가진 수많은 경험이 ‘연결’될 때, 거기서 자신만의 고유한 창의성이 나온다는 걸 기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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