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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만들어 내는
‘책임 있는 패션’


박선희 교수

조형예술대학 패션디자인전공

박선희 교수의 수업은 장 지오노(Jean Giono)의 책 「나무를 심은 사람」을 필사하면서 새 학기를 시작한다. 1953년 처음 발표된 이래 25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읽히고 있는 짧은 책이다. 한 사람의 끈질긴 노력이 세상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적 사실을, 학생들은 패션디자이너로서 지녀야 할 마음의 자세에 대입하게 된다. 우산, 페트병, 캘린더, 티셔츠, 에코백 등... 각자가 의미 있게 생각하는 물품에 책의 내용이 빼곡히 한 자 한 자 새겨진다.

   

2018년 ‘1+1=0’이라는 주제로 열린 박선희 교수의 개인전은 버려지는 하나의 폐기물에 또 하나의 환경적 노력이 더해지면 제로웨이스트가 가능하다는 뜻을 담은 전시였다. 전시 작품들에는 의류의 효과적인 리사이클을 위해 벗어서 펼쳐놓으면 네모 평면이 되어 원단의 버려지는 부분이 없게 하는 제로웨이스트 패턴 기법을 사용했고, 이미 조각난 원단의 경우 이어 붙이는 슬래쉬 기법이나 니팅 기법을 적극 활용했다. 양면의 색깔이 달라 두 벌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리버시블 원단 기법, 절단면 올이 풀리지 않아 시접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기법 등 창의적이면서도 원단 한 폭도 소홀히 하지 않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패션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속가능한 패션은 정말로 지속가능할까?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세계 탄소 배출량의 8-10%가 패션산업에서 발생한다. 수질오염은 어떤가. 전체 산업 수질 오염의 20%가 패션산업에서 기인하고 있다. 더 빠르게 더 많이 생산되어 더 빨리 교체되고 버려지는 패스트 패션의 굴레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산업’을 이야기하는 것은 왠지 앞뒤가 맞지 않게 느껴진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은 고민을 지속해온 박선희 교수는 “진심에 가까워질수록 어려워진다”고 이야기한다. 지속가능을 넘어 ‘책임 있는’ 패션을 실천하는 길은 실제로 매우 어려웠다고. 어려운 길이지만 때로 진심이 통하고, 반가운 변화도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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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교수의 수업에서는 환경에 대한 현실적 문제 제기와 분석을 토대로 대안을 살펴보고 기록하기, 해체하기, 나누기, 완성하기, 연출하기의 업사이클링 디자인 프로세스를 거쳐 실물 제작을 한다. 환경을 주제로 한 다양한 결과물들은 매년 ‘패션 크레오’ 전시에서 발표된다.


2024 래;코드 10주년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패션 크레오 전시

연구실과 강의실에서 논의되던 ‘지속가능한 패션’은 여기에 책임을 느끼는 패션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2018년 ‘1+1=0’이라는 주제로, 독일 럭셔리 브랜드 MCM과 콜라보한 개인전을 열었다. 버려지는 하나의 폐기물에 또 하나의 환경적 노력이 더해지면 제로웨이스트가 가능하다는 뜻을 담은 전시였다. 2018 전시의 작품들에는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패션 기법이 적용됐다. 버려지는 재고 원단을 사용하되, 하나의 작품에 한 가지 원단만 사용하는 원칙을 지키려고 했다. 이는 의류의 효과적인 리사이클을 위해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벗어서 펼쳐놓으면 네모 평면이 되어 원단의 버려지는 부분이 없게 하는 제로웨이스트 패턴 기법을 사용했고, 이미 조각난 원단의 경우 이어 붙이는 슬래쉬 기법이나 니팅 기법을 적극 활용했다. 양면의 색깔이 달라 두 벌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리버시블 원단 기법, 절단면 올이 풀리지 않아 시접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기법 등 창의적이면서도 원단 한 폭도 소홀히 하지 않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패션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시 공간의 마네킹에 화생방 방독면을 씌운 것은 패션업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우리가 지금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옷을 입고 화생방 마스크를 쓰는 기이한 패션 테러리스트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패션기업 코오롱FnC는 업사이클링 방식으로 옷을 만드는 브랜드 ‘래;코드(RE;CODE)’를 출시해 12년째 전개해오고 있다. 래;코드와의 협업은 박선희 교수의 연구실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의류 리사이클링은 자칫 ‘아름다운 쓰레기’를 생산할 위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래;코드 측에서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 의류 기증처를 결정한다. 이 협업은 자폐 청소년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단 ‘어울림’으로부터 단복 디자인 재능기부를 부탁받으면서 시작됐다. 사정을 듣고 보니 단복 제작 일체의 비용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었다. 박선희 교수는 디자인 재능기부를 넘어 원단 문제까지 도움을 주고자 래;코드에 문을 두드렸다. 각자가 연주하는 악기에 따른 몸의 움직임, 체형, 개인적 취향까지 고려해 연주자들을 위한 세상에 하나뿐인 단복이 만들어졌다. 기능적이면서 심미적으로도 아름답기까지 한 오케스트라 단복이 래;코드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면서 본격적인 산학협력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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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디테일과 전체 구조를 프린팅하여 원단 소모량을 줄이는 디지털 프린팅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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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원단이 없도록 하는 TR 패턴 기법
2024 패션 크레오 전시, 패션디자인전공 조민지 박사과정

박선희 교수의 수업에서는 환경에 대한 현실적 문제 제기와 분석을 토대로 대안을 살펴보고 기록하기, 해체하기, 나누기, 완성하기, 연출하기의 업사이클링 디자인 프로세스를 거쳐 실물을 제작한다. 환경을 주제로 한 다양한 결과물들은 매년 ‘패션 크레오’ 전시에서 발표된다. 2017 코엑스 대한민국 친환경대전, 2020 MCM 청담동 플래그십스토어 전시, 서울 디자인 2022 DDP, 2024 래;코드 청담동 플래그십스토어 전시 등 굵직한 행사에 초대받아 전시 및 환경 워크숍, 특강 등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기업체에 영감을 주는 경우도 많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지속가능 패션디자인의 혁신적 접근법이나, 업사이클링 디자인 패턴 제안, 노숙자를 위한 다기능성 패션디자인 핫멜팅 기법 등이다.


지속가능 패션을 어렵게 하는 주범으로 패스트 패션이 지목되고 있다. 패스트 패션은 저렴한 가격, 빠른 생산 주기, 짧은 유행 주기로 인해 의류 과잉 생산과 대량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연간 1,000억 개 이상의 의류가 생산되며, 이 중 약 30%는 판매되지 않고 폐기된다. 박선희 교수는 “최대한 적게 사고 오래 쓰는 것만이 지속가능한 패션에 기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패스트 패션에 대한 소비자의 단호한 행동 변화를 촉구했다. 또한 패션기업에는 “생분해되는 신소재를 개발하는 노력에 더해 생산 기획의 첫 단계부터 폐기 단계까지 심각하게 고려하여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3월 EU는 ‘지속가능한 순환 섬유 전략’을 발표해 2030년까지 모든 섬유 제품에 일정 비율 이상의 재활용 섬유 사용 의무화, 수선 용이성과 제품 내구성 강화, 판매되지 않은 섬유의 매립과 소각 제한 등을 규정했다. 사실상 유럽에서 패스트 패션을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다. 박선희 교수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패션산업의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기 때문에 EU의 전략과 같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단체행동과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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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교수는 “최대한 적게 사고 오래 쓰는 것만이 지속가능한 패션에 기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패스트 패션에 대한 소비자의 단호한 행동 변화를 촉구했다. 또한 패션기업에는 “생분해되는 신소재를 개발하는 노력에 더해 생산 기획의 첫 단계부터 폐기 단계까지 심각하게 고려하여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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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생분해되는 한지사로 제작하여 탄생과 죽음을 상징하는 배냇저고리 시리즈 2016 국제패션아트 비엔날레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 박선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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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디자인 2022 DDP 패션 크레오 전시장 「나무를 심은 사람」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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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스티칭 기법을 활용한 재고 원단의 업사이클링
서울 디자인 2022 DDP, 패션디자인전공 홍문정 박사과정

지속가능 패션이 단순히 하나의 마케팅 구호에 그치는 것은 아닐까. 패션산업에서도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컨셔스 컬렉션(Conscious Collection)’을 통해 환경친화적 제품을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일반 제품보다 물을 20% 더 사용한 사례, 재활용 소재 사용을 강조한 마케팅을 했으나 실제로는 재활용 소재 사용 비율이 10%에 미치지 못한 사례, 대량 생산과 소비를 조장하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변화 없이 일부 소재만 변경한 사례 등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면서 환경친화적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2024년 1월 유럽 의회에서 승인된 그린워싱 방지 지침이 그나마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앞으로 기업들은 환경 관련 주장을 하기 전에 증거를 제출하고, EU 국가들이 지정한 검증자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매 시즌 새로움을 추구하는 패션업계의 특성상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미션이다.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박선희 교수가 말한 대로, 진심에 가까워질수록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나무를 심은 사람」으로 돌아가 한 사람의 끈질긴 노력으로 황무지가 거대한 숲이 된 일을 떠올린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한 명의 소비자가, 하나의 기업이 진심과 책임을 다할 때 ‘지속가능한 패션’은 기망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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