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Column
‘치매’는 퇴행성 변화,
넓은 의미로 접근해야
정지향 교수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웰에이징센터/뇌신경센터
현재 우리나라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10.52%로 전 세계 치매 유병률 6.5%보다 높은 편이다(WHO). 생애주기의 후반부에 접어든 사람은 ‘내가 치매에 걸리는 건 아닐까?’하는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만큼 치매는 다른 노년질환에 비해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두려움, 사실상 치유가 어렵다는 암담함, 자아정체성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까지 상실하게 될 수 있다는 절망감을 예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병에 대해 미리 알고 대처 방법을 알아두면 질병을 비켜갈 수도, 조금은 덜 힘들게, 감당할 만하게 지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퇴행성 뇌질환 분야의 명의, 정지향 교수는 사회가 변한 만큼 치매 개념에 대한 광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Q. 예전보다 치매 환자가 많아진 것 같다
보통 인지기능 저하나 그로 인해 일상생활을 못하게 됐을 때 치매라고 진단을 내리는데, 치매 진단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이제는 고령화 시대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치매로 진단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65세가 넘어가면 노인으로 봤지만 지금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기술 덕분에 핸드폰 번호를 외우거나 운전할 때 지리를 익히는 능력이 퇴화되고 있지만 그런 것을 인지기능 저하로 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예전처럼 엄격하게 진단하지 말고 조금 유연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치매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넓은 의미에서 퇴행성 변화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오랫동안 환자들을 만나온 임상의로서의 개인적 견해다. 물론 아직 의학적 기준이 변한 것은 없다. 정상 기준보다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일상생활에서 조금이라도 장애가 발생하면 의학적으로는 치매로 진단하고 있다.
Q.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는 어떻게 구분이 되는지?
우리 뇌의 전두엽은 기억력, 사고력, 추리, 운동, 감정 등 고등정신작용을 관장한다. 기억력 저하나 언어장애 등 인지저하는 있으나 가벼운 상태여서 일상생활에 장애가 없는 경우 경도인지장애라고 한다. 뇌 인지기능이 정상인지 여부는 신경인지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비슷한 연령, 학력, 성별의 정상군과 비교해 한 가지 영역이라도 15%ile 미만으로 떨어지는 경우 인지장애로 진단한다. 본인이 인지기능이 떨어졌다고 느끼지만 16%ile 이상 경우에는 주관적 인지저하로 진단한다. 객관적 인지기능 점수가 낮은 인지장애의 경우, 치매로 발전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주요 기준이 ‘기억력’이다. 인지장애가 기억력성인 경우, 또 한 가지 영역에 국한된 것보다 기억력을 포함한 다영역성 인지장애인 경우 치매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Q. 경도인지 장애가 노화의 일부분일 수 있지만 아닐 수도 있지 않나?
그것을 감별하는 게 현재의 화두이다. 인지기능이 정상인지 아닌지도 중요하지만 매년 조금씩 변화하는가, 변화하는 주기가 짧아지는가도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하는 것은 기억력이 악화되는 이유가 사람마다 환경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폐경(완경)이라는 산을 넘으면서 호르몬 변화가 생기고 5-6년 후 기억력 저하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음으로 큰 변화는 주로 60-70대에 사회적 단절이 생기면서 인지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 시기에 맞물려서 가족들에게 걱정거리가 생긴다든지 경제적으로 어려워진다든지 우울감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60-70대 인지장애를 유발한다.
신경시스템을 빛을 내는 전구로 설명하자면, 신경세포는 전구이고, 전류에 해당하는 게 신경전달물질이다. 이 신경전달물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치매의 병리적 원인이다.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면 알츠하이머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면 파킨슨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퇴행성 질환은 하나에서 시작돼 옆집으로 불이 번지듯 옆에 있는 신경세포도 망가지게 한다. 결국 아세틸콜린이 망가져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도파민 신경세포도 망가지고 마음과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도 망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신경세포의 손상이 덜할 때 적절한 약물치료를 하게 되면 신경세포의 기능을 유지하고 나빠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지금까지는 아세틸콜린을 증진하는 약을 써왔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 즉 신경세포 사이사이에 쌓여 아세틸콜린을 저하시키는 ‘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을 직접 제거하는 신약이 출시되었다.
Q. 약물치료가 가능하다는 뜻인가?
앞서 언급한 신약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치료가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치매를 100% 예방하려면 신경세포 재생치료가 가능해야 하지만, 우리 몸의 장기 중에 유일하게 바꿀 수 없는 게 뇌이다. 신경세포의 노화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치매를 100% 예방하기는 어렵다. 퇴행성 뇌질환에서 유일하게 병리적 기전이 되는 원인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게 알츠하이머병이다. 파킨슨병도 치료제가 없고, 젊은 나이에 생기는 퇴행성 질환인 루게릭병도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의학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 아밀로이드를 없애는 주사약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렇게 실현이 됐다. 지금도 천 가지 이상의 임상시험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은 약들이 나올 거라고 기대한다.
Q. 인지노화를 늦추는 방법과 치매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이 있다면?
신경세포가 일당백의 역할을 하도록 도와주는 ‘신경 예비능’, ‘인지 예비능’이라는 게 있다. 신경세포의 시냅스라고 하는 신경 고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개념으로, 두 기능의 향상을 위해 인지 활동과 사회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65세 이전에는 1주일에 150분 이상 중등도 운동과 75분 이상 심박수를 높이는 유산소 운동을 하고, 70세 이후에는 운동 외에도 ‘천자만보’를 권하고 싶다. 하루 1천 자의 글을 읽고 1만 걸음을 걷는 것이다. 노년의 삶은 치매를 예방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가볍게 운동하고 꾸준히 인지 활동을 할 것을 추천한다. 성경필사 같은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주 2회 이상 사회 활동을 하면서 우울감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상생활 중 치매환자 돌봄 수칙
| ❶ ⸺ | 치매에 대해 공부하기 |
| ❷ ⸺ | 약을 잘 복용하도록 챙겨주기 |
| ❸ ⸺ | 신체 활동, 인지 활동,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찾아주기 |
| ❹ ⸺ | 노인장기요양보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사인 신청하기 |
| ❺ ⸺ | 일상 속 위험에 대비하기(가스레인지 타이머, 화재감지기, 화장실 미끄럼 방지, 밤에 보조조명 켜기 등) |
| ❻ ⸺ | 밤이나 낯선 곳에서 운전하지 않기,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운전면허 반납하기 |
| ❼ ⸺ | 스마트폰 위치공유앱 설치 및 지문인식 등록하기 |
| ❽ ⸺ | 홈카메라 이용하기 |
| ❾ ⸺ | 미래에 대해 상상하기(집/요양원/요양병원 등 악화되었을 때 거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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